경기북부 환편산업,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 경기북부환편공업협동조합  김병균 이사장
경기북부 환편산업,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 경기북부환편공업협동조합  김병균 이사장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21.03.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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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조합원 27곳 폐업…올해도 상황 악화
개성공단 열고 국산 원자재 써야 활로 트여
사진=정정숙 기자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이 어떤 영향을 줬나.
“이전까지 경기북부 섬유업체들은 대부분 토요일 근무 포함 주 72시간을 가동했다. 지금은 법적으로 52시간을 넘을 수 없으니 공장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작년에는 우리 조합원 중 27곳이 폐업하고 문을 닫았다. 올해도 그런 공장이 많이 나올 거다. 주 72시간 공장을 돌려야 기계 1대에서 10~15만원의 채산성이 나온다.

그런데 주 52시간 돌리면 벌이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편직이나 염색료는 이전과 똑같다. 일 3교대를 해야 하는데 사람이 있나. 염색공장은 보일러로 물 끓이고 24시간 텐터 돌려야 수지를 맞춘다. 야간에 기계 세우면 채산성이 안 나온다. 

조합원들이 계속해서 묻는다. 방법을 알려 달라고. 우리 차원에서는 대책이 없다. 경기도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관계 요로를 통해 우리 산업을 운수업종처럼 특례 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끊임없이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같은 중앙 단체에도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우리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더라.”

-정도의 차이겠지만 섬유산지 대구경북보다 심각성이 더한 것 같다.
“대구는 (공장의) 단위 규모가 크고 수익 구조가 다르다. 포천의 환편업체들은 대부분 서울 성수동 지하에 있던 영세 공장들이 옮겨와 임가공 형태로 일하고 있다. 대구는 직접 제직하고 영업, 수출하며 이윤을 남기는 구조다.

반면 임가공 공장은 인건비를 받아 운영한다. 염색공장도 마찬가지다. 마진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여기에서 온도차가 생긴다. 자체 이윤을 낼 수 있으면 어떻게든 버티지만 인건비 받아 돌리는 공장은 시간이 갈수록 돈만 까먹게 된다.”

약 3년 전 시화공단에서는 소위 ‘공장 쪼개기’가 만연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생산 원가는 오르는데 납품 단가는 예전 수준에 머무르면서 가동률이 떨어지자 공장을 축소하고 남는 공간을 다른 사업자에게 임대하는 현상이다. 단지 시화공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천 남동공단, 반월공단 등 중소기업 밀집지역에서는 불황이 닥치면 수년 간격으로 반복돼 온 문제다. 포천에서도 이런 공장 쪼개기가 나타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공장 사업자를 5인 미만으로 줄이는 편법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도 나름의 역할을 하지 않았나.
“섬유산업 현장의 문제를 경청해야 한다. 업계를 대표하는 섬산련이 우리의 얘기를 들어주고 중앙에서 대변해줘야 한다. 그런데 이곳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섬산련은 작년 이사진을 개편하면서 이사를 42곳(감사 2곳 포함)으로 늘렸는데 경기북부 지역의 이사 숫자는 3명에서 1명(감사직)으로 줄었다. 2곳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회사들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본사도 서울에 있다.

회사 규모 자체가 다른 곳과 비교도 안되게 큰 곳이다. 섬산련 이사진은 이런 대기업 위주로 짜여 있다. 경기북부에는 환편 경편 양문 신평 검준 동두천조합 등 지역 산업을 대표하는 단체가 여럿 있다. 적어도 이런 곳이 참여해야 영세 공장의 현장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우리 이야기를 귀 막고 안 듣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경기북부 섬유산업이 고사할 수는 없다. 대책을 마련하고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암울하다. 다만, 그나마 이 지역을 살리려면 개성공단이 열려야 한다. 개성공단이 열리고 봉제 생산기반이 활성화되면 물건을 만들고 납품하는 게 유리하다. 예전에 개성공단이 돌아갈 때는 여기도 활기가 찼다.

지금은 여러 문제로 공단 문이 닫혀 버렸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형 벤더와 봉제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해외에 편직, 염색 설비까지 수직계열화하고 있다. 이런 곳들이 국산 원자재를 쓰고 국내 생산기반을 움직여줘야 하지 않나.

국방섬유 국산화가 진척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육군 체육복은 외국산 원자재를 쓴다. 그 소재가 다 (경기북부에서 나오는) 니트다.”

SK니트는 포천시 소흘읍 솔모루로 109번지에 있다. 바로 앞에 명성아파트가 있는데 입주민의 약 70%가 섬유인이라고 한다. 김 이사장은 “아파트 입구 옆 맥줏집에 앉아 있으면 오는 사람들 인사만 해도 밤을 샐 만큼 섬유인들이 많다”고 했다.

섬유산업 종사자는 지역에서 일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포천 민간 경제의 주춧돌이라는 뜻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포천시 제조업에서 섬유산업과 종사자 비중은 각각 26.3%, 24.01%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는 직간접 종사 인원까지 감안하면 2021년 현재 이 비중이 최대 40%까지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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